1970년대, 함평 학다리의 시골의 마을 회관은 노인들의 유일한 휴식처였습니다. 이 곳은 당시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형님께서 가져온 너무나 신기했던 일본산 휴대용 녹음기를 이용하여 시조를 녹음하며 즐기던 장소였습니다. 전자제품이 귀하던 시절이라 우리집의 신박한 녹음기는 마을 노인들의 부러움의 대상 이기도 했었어요. 이 회관은 근거 부족한 각종 루머 같은게 난무하기도 해서 시조를 안 하시는 노인들에겐 근거 없이 인민 재판하듯 여론을 만드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창을 녹음해 비교하시기도 하셨고 명절이 아니면 딱히 즐길꺼리가 없었던 시절이라 시조는 유일한 생산 활동이었어요. 조선시대 양반들만 즐기곤 했었다는 낭만과 풍류를 만끽하시는게 아름다운 풍경이 대대로 이어져 오던 문화 유산이었다고 하는 생각이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