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42, 퇴직 후 살이/1978병풍도

병풍도초등학교 4학년(1978학년도) 제자들과 송년의 밤

arakims 2019. 12. 8. 14:53


오늘은 옛 담임과 제자들의

송년의 밤

41년만의 만남이었다.

김치성, 김성철,박미란

박병욱 박은성 박은상

박정길 이정숙 오영철 조대훈

1학년때 담임, 4학년때 담임, 6학년때 담임

이렇게 모였다.

오후 여섯시부터 시작된

송년회는 밤 늦도록 이어졌다.

수많은 추억들의 이야기가 나타났고

서로 웃고, 떠뜰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퇴직한 뒤로 좀체로 느껴보지 못한

화기애애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78년도의 시절에는

학습 준비물이 충분하지 못했었다.

미술시간에 찰흙공작을 많이 했는지의

물음에


크레파스가 충분하지 못하던 시절

지역에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찰흙은

좋은 미술 수업 자료였기에


그리고

찰흙공작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지능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교육이론에 의해

수시로 활용하게 했다는 설명에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도 있었다.


4학년은 체격이 급 성장하는 시기라서

충돌이나 의견 대립이 많아 지고


특히 남학생들은

힘을 과시하려는 기제가 강하였었다.

순진해 보이던 학생들도

마을별로 패싸움을 벌이던 추억이

도마위에 올려졌다.


사소한 감정 대립이

패를 나누고 큰

충돌로 번져버렸던 추억들


패싸움은 나에게 충격적이고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제자들의 칭찬에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패싸움 수습과정에서

선생님은 바로 체벌을 하지 않으시고

우선

여학생들을 통해 물을 준비하고

얼굴을 모두 씻긴 후에

싸움의 이유를 따지고

매를 들고 체벌을 하셨다는 이야기에

교사로서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처리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상

둘 사이의 싸움은 타일러서 되는데

셋이상의 패싸움은

여진이 꽤나 오래 지속되므로

강한 체벌로 다스려야한다는

직감이 떠오르게 한 사실..

머리 싹 깎고 나타난 운성이 때문에

매를 하나씩 더 맞아야했었다는

슬픈 진실이 있었다.


패싸움이 중간에 끝나버려

못다 푼 남자의 혈기를 내 뿜고 있는 운성이

콧바람 싹싹 내 뿜으며

어깨가 들썩 들썩......

선생님의 훈계가 끝나도

다시 한판 붙을 기세로 보였기에

이를 진정하러

패싸움 꾼들은 매를 하나 더 맞으며

분이 사그러들기를 기다려야 했었다.

운성이 때문에 매를 더 맞았다고

한바탕 웃었다.


정숙이는

매일 체벌에 시달리는

친구 **를 돕기위해

교실에서 재우려고 하다가

어두운 교실에서 반짝이는 불빛 때문에

신고가 들어가니 전투경찰이 출동하게 되었고

간첩으로 오인해서 소동을 빚었던 일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었다.


하긴 그때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전직원 비상이 걸리기도 했었어.

애들 때문에 일어난 소동이라

나중에는 허탈하기도 했었어.


병풍도라는 섬의 특성상

선생님들이 딱히

공부를 가르치는 일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 좋은 황금 어장을 두고도

그 누구도 낚시를 즐기는 분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병풍도초등학교가

신안군 교육청 평가에서

Top 클래스에 들어가

학력 상위 명문학교로 소문이나고

각종 지원이 쏱아져서

교육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그때 낚시질이나 하고

분재나 캐러 다녔다면

지금 이 제자들을 만나서


무슨 낮으로

송년의 밤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인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한 나의 인생이

이렇게도 보람된 시간으로 다가올 줄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하여튼 전교생이

퇴근 시간까지 학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

학력 상위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내가 가진 보람이요

재산이다.


당시에 갓 결혼을 해서

병풍도에 신혼방을 차리고 살아야 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수년동안 비워둔 방을 급히 치우고 마련하였기에

밤마다 지네의 출몰에 시달려야 했고

세끼 먹거리를 마련하는

부식의 조달이 어려운데다

가뭄이 들어서 식수 마련에도

크나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섬 주민들이 인심이 좋아서

나름 살아갈 수 있는데 힘이 되었다.


나는 교직 동료들에게

제자들 자랑을 곧 잘 한다.

나처럼 제자들에게

존경 받고 있느냐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오로지 42년 반을 제자들 육성에 힘써 왔다.

그 결과 많은 제자들이

안부를 묻고 찾아오곤 한다.


오늘 병풍도초등학교 제자들의 모임

나도 동심의 세계로 몰입해가는 순간이었기에

가슴이 뿌듯하다.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의 제자들

그들에게 꿈을 심어 주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대접을 꼬박꼬박 받기는 싫다.

늘 지켜보면서 안부나 전하면 좋을 듯

제자들도 친구들과 모이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하고 싶다.


제자들아!

10년 후에 한번 다시 만나자

친구들 모두 함께


친구들이 자주 모이고

오늘 내일의 이야기를 하며

미래에 대한 설계도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응원이나 하고 싶다.


고마워

김치성, 박미란,박병욱,박은성,박은상,박정길,이정숙,조대훈,오영철,김성철~~~


바쁜 일과 때문에

오늘 참석 못한 친구들도

언젠가는 기회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