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ㅺ 방랑 삼천리/대관령_강원도

이효석 생가 - 메밀꽃 필 무렵

arakims 2012. 4. 5. 20:54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깃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의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칠십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장판은 잔치 뒤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서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꾼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장날 저녁은 정해놓고 계집의 고함 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하 줄임>

 

 

주인공으로는 허생원과 동이가 나온다.

이야기는 조선달이 봉평장을 마치고

다음날 장사를 위해 대화장까지 80리 길을 달밤에 걷게된다.

피로를 씻어주는 달콤한 이야기들이 나오곤 할 법 한데

그날밤의 이야기중에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가지의 첫사랑 이야기는 간직하고 있겠지만

장꾼들의 귀를 솔깃하게 열어젖히는 것은

성서방네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단한번 맺었던 인연 이야기이다.

그때의 인연으로 생겨난 아이가 혹시 '동이가?......'하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본문의 내용에 살짝 숨겨 드러난다.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 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동이도 허생원 자신과 같이 왼손잡이라는데

아들이라는 증거를 찾게되며 마무리 되는 소설이다.

아들에게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스스로 못난 아버지라는게 어쩐지 애잔해 보이기도 하다..............

 

 

<작가 이효석>

가산 이효석 35살에 요절함. 1907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태어났음.

경성제일보고(현 경기고) 경성제국대(현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근무중 작품활동에 전념. 1934년 평양 숭실전문대 교수가 됨.

1940년 아내를 잃음. 시름을 잊고자 중국 등지를 여행. 이듬해에 돌아옴,

1942년 뇌막염으로 언어장애와 의식불명 상태에서 세상을 떠남.

1936년 그의 나이 30에 쓴 소설이 "메밀꽃 필 무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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