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선물로 받아두었던 색바랜 책을 읽어봅니다. 선물 받은 책에는 40여군데 붉은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밤새워 붉은 줄 그어진 사랑의 편지를 읽고 가슴떨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습니다. 사랑을 받느라 느낄 수 없었던 사랑하는 이의 마음 이제 알듯 합니다. 이글거리는 사랑의 눈빛 하지만 꾹다문 입술은 끝내 속으로만 삭이는 열정이 엿보였습니다. 본문 중에서-- 해질 무렵, 나는 목이 마릅니다. 여럼 한낮 작열하는 태양이 온누리의 초록 잎새에 불을 지르는 도전적인 그 시간 보다. 서서히 열기를 거두는 해질 무렵에 이유없는 목마름에 나는 서성대곤 합니다. 그 목마름은 장마에 매몰되는 언덕바지의 황톳물처럼 거부할 수 없이 강하게 밀려와서 나를 쓰러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