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유언
잘들 듣거라. 우리 할아버지 칭기즈칸께서는 벽돌집에서 농경민족과 어울려 정착해 살면
그때가 곧 할아버지께서 세우신 몽골제국이 망하는 날이라고 하셨다.
거란족과 여진족은 비록 유목민이었지만 불행히도 할아버지 칭기즈칸의 훈계를 듣지 못해서
마지막에는 한족 돼지처럼 게으른 사대부 집단으로 변했다.
금나라의 마지막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너희도 잘 알 것이다.
여기 공종이 내 구달 앞에 코를 받고 엎드려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첫째, 이 조카는 전쟁을 할 줄 모른다.
군신유의나 부자유친이니 장유유서니 남녀유별이니 하는 말이나 주워섬기면서
손을 손으로 쓰지 못하게 하고, 발을 발로 쓰지 못하게 하며,
머리를 머리로 쓰지 못하게 하고, 가슴을 가슴으로 쓰지 못하게 한다.
그저 왕후장상은 씨가 있는 것이니 체념하고 분수에 맞게 살라고 한다.
남송을 말아먹은 사대부란 것들은 유학이란 묘한 것을 자기들끼리만 배우고 익히는데
따지고 보면 세도를 지키려는 사슬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네 사대부끼리 자리를 나누어 먹고,
적당히 백성을 나누어 고혈을 짜먹으려는 수작이란 말이다.
그러므로 내 후손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군대를 잘 통솔할 수 있는 자손이 대칸의 자리에 앉아야 할 것이다.
황금씨족들은 반드시 칭기즈칸의 자손 중 가장 유능한 인물을 골라
몽골제국의 대칸으로 선출해야만 한다.
장자든 막내든 손자든 사촌이든 그런 것은 따지지 말라.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기술은 끝없이 바뀐다.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반드시 방법이 있음을 믿고,
아무리 하찮은 적이라도 우리하고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한시도 잊지 말라.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지 말라.
몽골제국이 앞으로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 말라.
칭기즈칸께서 세우신 몽골제국은 오로지 힘으로 지키고, 전통적인 유목정신으로 이어가야 한다.
옆을 보고, 앞을 보고, 뒤를 보아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라.
상대가 강하면 너희를 바꾸고, 너희가 강하면 상대를 바꾸어라.
한 번 떠났으면 고향이라도 돌아보지 말 것이며, 헤어졌으면 부모라도 그리워하지 마라.
세상을 살되 한 뼘이라도 더 넓게 살고, 사람을 사귀되 한 명이라도 더 사귀며,
기술을 배우되 한 가지라도 더 배워라.
그러나 우리의 유목정신을 잊고 남만들의 농경사고에 물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내 후손들은 몽골어로만 말하고, 몽골 복시만 입고, 몽골 음식만 먹어야 한다.
남만은 첩으로도 삼지 말라.
말이 바뀌고, 옷이 바뀌고, 음식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절대로 몽골의 풍습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내가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