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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도시, 히에라볼리에서 만난 시간의 흔적
arakims
2025. 2. 20. 23:54
터키 여행 중,
파묵칼레를 지나 히에라볼리(Hierapolis)에 도착했을 때,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전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폐허 속에서도 웅장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때 로마와 비잔틴 제국의 중요한 도시였고,
수많은 신화와 역사의 이야기를 간직한 이곳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고대의 숨결을 느꼈다.
가장 먼저 나를 압도한 것은
원형극장이었다.
1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구조물은
아직도 로마 시대의 위엄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무대를 장식한 섬세한 부조와 조각들은
신화 속 장면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특히 아폴로 신화를 담은 조각들은
경이로울 만큼 정교했고,
이 작품들은 현재 히에라폴리스 박물관에서 보존되고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로마식 목욕탕은
단순한 공중목욕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3세기에 건축된 이곳은 후
에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교회로 개조되어 사도 바울에게 봉헌되었다고 한다.
목욕과 치유를 위한 공간이
신앙의 장소로 변화한 것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종교와 문화가 어떻게 얽히고
변모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히에라볼리의 유적지를 거닐다 보니,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문명은 사라지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감탄과 경외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시간은 영원히 흐르고, 우리는 그 위를 잠시 지나갈 뿐이다."
–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이곳에서 나는
단순한 폐허를 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남긴 흔적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