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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칼르 교회와 비둘기 계곡에서 만난 신앙의 흔적

arakims 2025. 2. 20. 23:31

카파도키아의 거친 바위들 사이,

토칼르 교회는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보존된 교회로,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신앙의 역사였습니다.

교회 천장에 새겨진 혁대고리 모양에서 이름을 따온

‘토칼르 교회’는,

마치 시간 속에서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벽화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예수님의 생애가 한 장면씩 펼쳐집니다.

성모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성모 영보’에서 시작해,

십자가의 고난을 지나

‘승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이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교회는

단순한 예배의 공간을 넘어,

신앙을 지키려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새겨진 곳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에

이렇게 편지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

---위의 성경 구절을 나는 가장 좋아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프레스코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켰던

이들의 신앙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둘기 계곡에서 만난 또 다른 신앙의 흔적

토칼르 교회를 떠나 도착한 곳은

우치사르의 ‘비둘기 계곡’이었습니다.

거대한 암석에 뚫린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마치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이 구멍들은 단순한 바람의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리스도교인들은 비둘기를 소중히 여겼고,

이 바위틈에 비둘기 집을 만들어 함께 살아갔습니다.

그들에게 비둘기는 단순한 새가 아니었습니다.

성화(聖畵)를 그리는 데 필요한 염료를 얻기 위해

비둘기 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계곡에서 자란 비둘기들이 준 알은

성당 벽화를 채색하는 데 쓰였고,

덕분에 토칼르 교회 같은 곳에서도

예수님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도 바울의

또 다른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빌립보서 4:6)

박해를 피해 이곳까지 도망쳐 온 이들은

믿음 하나로 버텼을 것입니다.

기도를 멈추지 않았고,

감사하기를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나는 다시금 내 믿음을 돌아보게 되는

날이었습니다.